Realmania

나이가 드니 레알 경기만 챙겨보기도 빠듯해서 도르트문트 경기는 전혀 못봤고,
벨링엄이라는 유망주가 있는데 월클 미드필더가 될 재목이다. 정도만 들었습니다.
우리 팀으로 이적해올 때에도 금액은 좀 비쌌지만 이적 과정이 생각보다(?) 쉽게 와서인지 벨링엄보다는 음바페 이적 여부에 더 관심이 쏠렸었구요. 

근데 대박이네요 ㅋㅋㅋ 저도 여기 계신 고인물분들 만큼은 아니어도 레알 경기 꽤 오래 봤다고 생각은 하는데, 처음 보는 유형입니다. 이런 선수가 전에는 없었어요

레알 팬이 된 이후로 이렇게 골 많이 넣는 선수는 호날두밖에 못봤습니다; 근데 호날두하고도 확연히 (일단 포지션부터) 다르고, 움직이는 동선도 다르고요.

저는 솔직히 이적하고 한두경기 골 넣길래 오 좋네 잘하네 정도로 생각했고, 상대가 그렇게 강팀들도 아니었어서, 중앙미드필더 치고는 클러치가 꽤 좋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득점 행진도 이게 계속 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어요.  중앙미드필더인데 골 잘 넣었던 램파드 정도 생각했죠.

그런데 갈수록 벨링엄 대단하더라구요.  3선-2선에서의 영향력 굉장히 좋고, 공을 자기 앞에 잡아두는 플레이는 지단이나 모드리치에 견줄 정도로 잘하고, 기본적으로 공격력을 갖춘 미드필더가 대성할 요건들을 빠짐없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 벨링엄만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뭐지? 뭐길래 이렇게까지 골을 넣지? 왜 이렇게 잘넣지? 하고 지금까지의 벨링엄 경기들을 쭉 다시 보는데(쿠팡플레이 찬양합니다) 이 선수의 독특한 장점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의 움직임" 인 것 같아요. 온더볼로 밀고 들어가든, 오프더 볼로 자리를 잡든.

이 선수가 골을 넣은 장면들을 쭉 돌아보면 바르셀로나전 중거리만 빼고 전부 박스 안에서 터뜨린 골입니다. 온더볼로 들어가서 터뜨린 골도 있고, 오프더 볼로 침투해서 넣은 헤더도 있고, 흘러나온 세컨볼을 밀어넣은 골도 있고 굉장히 다양하게 골을 넣었어요. 이런 능력은 모드리치한테도, 외질한테도, 피구한테도 없던 능력입니다. 그나마 미드 치고는 골맛을 쏠쏠히 봤던 지단도 이정도로 박스 내 플레이가 좋진 않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굉장히 똑똑해서 최전방 공격수들이랑 연계가 엄청 잘됩니다. 호드리구 어시를 받아서 넣은 골들을 보면, 아 이쯤에서 누가 들어가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데에 벨링엄이 침투합니다. 그리고 패스 받아서 툭 차넣어 골.  아마 이번 시즌에 벤제마가 있었으면 엄청난 콤비가 됐을 거에요. 

이걸 가지고 있는 이상, 벨링엄의 득점행진이 쉽사리 끊기진 않을 것 같아요. 새벽에 지진때문에 깨서 나폴리전 풀경기 감상했는데 요즘 말로 보법이 다릅니다. 마지막 호셀루 떠먹여줄 때 벨링엄 움직임을 처음부터 보면 탈압박하고, 내주고, 침투하고, 제일 먼 쪽으로 패스하고. 이 선수의 모든 능력이 그 골장면 하나에 담겨있더라고여. 

그리고 골장면. 상대 수비수도 알라바 크로스 떨어질 위치를 못잡아서 얼타고 있는데 벨링엄은 어느새 떨궈내고 슥 들어가서 머리로 받아넣죠. 이런건 타고나는 거거든요

우리 팀 미드필더들 추아메니 카마빙가 발베르데 모드리치 크로스 다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월드클래스급인데, 이 중에서도 벨링엄은 굉장히 독특한 장점을 갖고 있네요 팀 동료들 중 누구에게도 없는 유니크한 능력입니다. 

그리고 이걸 또 기가막히게 캐치해서 쏠쏠히 써먹는 안버지.. 
올해 레알의 주 전술 플랜A가 이번 나폴리 경기로 완성되었다고 봅니다. 실은 발렌시아 박살낼때 어느정도 완성됐구나 했는데 챔스에서도 통한다는 걸 확인했네요. 호드리구 살아났고 벨링엄이랑 맞아들어가기 시작했고, 밑에서는 3미들이 든든히 받쳐주고. 경기력 좋았죠. 나폴리 정도 되는 팀이 숨도 못쉬더라고요.

당분간 벨링엄의 미친 퍼포먼스, 골행진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부디 부상없이 뛰어주기만을 간절히 바라네요.